강남 유흥가의 잔혹한 생존게임
화려함 뒤에 감춰진 몰락의 그림자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5분 거리 화려한 네온사인이 즐비한 골목 안쪽 건물 3층. 불과 6개월 전까지 '클럽 베르사유'라는 이름으로 영업하던 이곳은 지금 '라운지 S'라는 새 간판을 달았다. 내부 인테리어도 완전히 바뀌었고 직원들의 얼굴도 모두 낯설다. 하지만 이 업계에서 15년째 일하고 있는 실장 정 모 씨에게 이런 풍경은 전혀 새롭지 않다.

강남 유흥업계의 현실

"강남에서 3년 이상 같은 이름으로 버티는 텐프로가 손에 꼽혀요. 절반이 망할 거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이미 망한 거나 다름없죠. 간판만 바꿔 달고 연명하는 거예요."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로 강남구청 자료를 살펴보면 유흥주점으로 등록된 업소 중 매년 30% 이상이 폐업 신고를 하고 비슷한 숫자가 신규 개업을 한다. 표면적으로는 시장이 활발해 보이지만 실상은 끊임없는 도태와 재편의 연속이다.

강남 유흥가 밤거리의 모습

강남 유흥가의 잔혹한 현실

화려한 네온사인 뒤에 숨겨진 업계의 끊임없는 도태와 재편의 반복

호빠: 010-9895-4366

끊임없는 도태와 재편

논현동에서 중소 규모 룸살롱을 운영하다 최근 폐업한 김 사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현실을 토로했다. "좋은 위치에 있고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게 했는데 손님이 안 와요. 코로나 이후로 완전히 판이 바뀌었어요. 월세만 8천만 원인데 하루 매출이 월세도 못 뽑는 날이 태반이었습니다."

리셋 문화의 확산

강남 일대 텐프로 쩜오 업계의 재오픈 사이클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2~3년 주기였다면 최근에는 1년 심한 경우 6개월 만에 간판을 바꾸는 업소들도 속출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리셋 문화'라고 부른다. 마치 게임에서 잘 안 풀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듯 업소들도 실패하면 새 이름으로 재출발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표면적 이유는 다양하다. 경쟁 업소와의 마찰 내부 지분 다툼 세무 문제 단속 이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단순명료하다. 장사가 안 되는 것이다.

업계 권력구조의 변화

재오픈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현상은 이른바 '조각 맞추기'다. 조각이란 업계 용어로 새로운 업소를 오픈할 때 필요한 인적 자원과 자본을 모으는 과정을 의미한다.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영업진 마담 아가씨 팀 투자자 등을 한데 모아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이다.

조각 맞추기와 갑을 관계의 역전

과거에는 업소 오너가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실력 있는 영업진 특히 '빵빵한' 손님 라인을 보유한 실장이나 많은 아가씨를 관리하는 마담의 경우 오히려 업소를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역삼동에서 영업실장으로 일하는 박 씨는 최근 3개 업소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제가 관리하는 VIP 손님만 50명이 넘어요. 이 손님들이 한 달에 쓰는 돈만 10억은 됩니다. 당연히 업소 입장에서는 저를 모시려고 하죠. TC 50% 감면은 기본이고 영업 인센티브도 파격적으로 제시해요."

이러한 파워 게임은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능력 있는 영업진과 마담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고 이들이 떠난 업소는 급격히 매출이 떨어져 결국 문을 닫게 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조각을 맞춰 재오픈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업계 권력구조의 변화

조각 맞추기와 갑을 관계의 역전

실력 있는 영업진과 마담이 오히려 업소를 선택하는 시대

호빠: 010-9895-4366

10%의 법칙과 양극화

"강남 텐프로에서 제대로 돈 버는 사람은 상위 10%뿐이에요. 나머지는 그저 그런 월급쟁이나 다름없죠."

선릉역 인근에서 일하는 영업부장 최 씨의 말이다. 실제로 강남 유흥업계의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최상위 업소 몇 곳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청담동의 某 최고급 멤버십 클럽의 경우 입장료만 100만 원이 넘지만 예약이 꽉 차 있다. 반면 불과 500미터 떨어진 중소 룸살롱들은 손님 한 팀 유치하기 위해 온갖 할인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안간힘을 쓴다.

이러한 양극화는 종사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톱클래스 영업진의 경우 월 수입이 수천만 원을 넘지만 대부분의 일반 영업사원들은 기본급 300만 원에 실적이 없으면 그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지방에서 일할 때가 오히려 나았어요. 강남은 돈이 많이 돈다고 해서 올라왔는데 경쟁이 너무 치열해요. 물가도 비싸고 방값도 비싸고... 실질적으로 남는 건 지방보다 못해요." 최근 대구로 다시 내려간 한 영업사원의 하소연이다.

코로나 이후 지각변동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강남 유흥업계에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 영업 제한과 거리두기로 많은 업소가 문을 닫았고 그 과정에서 업계 생태계가 완전히 재편됐다.

소비 패턴의 변화

무엇보다 손님들의 소비 패턴이 크게 변했다. 과거처럼 매주 정기적으로 방문하던 단골 문화가 사라지고 특별한 날에만 한 번씩 크게 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또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굳이 비싼 돈을 내고 룸살롱을 가기보다는 호텔 바나 루프탑 라운지 같은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예전엔 회사 접대가 매출의 70%를 차지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기업들이 컴플라이언스를 강조하면서 접대 문화 자체가 많이 사라졌죠. 개인 손님들로는 한계가 있어요."

한 업소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대기업들의 접대 가이드라인이 강화되고 김영란법 등의 영향으로 공식적인 접대 수요는 크게 줄어들었다.

코로나 이후 업계 지각변동

코로나 이후 소비 패턴의 변화

매주 정기 방문에서 특별한 날 큰 소비로 바뀐 트렌드

호빠: 010-9895-4366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전통적인 텐프로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새로운 형태의 업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룸살롱 형태에서 벗어나 보다 캐주얼하고 개방적인 컨셉을 내세운다.

가라오케와 바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업소 프라이빗 파티룸을 운영하는 라운지 멤버십 기반의 소셜 클럽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존 텐프로의 부담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좀 더 세련되고 합법적인 이미지를 추구한다.

"젊은 손님들은 옛날 방식의 접대를 불편해해요. 차라리 편하게 술 마시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죠. 우리는 그런 니즈에 맞춰 컨셉을 완전히 바꿨어요."

최근 강남에 오픈한 某 멤버십 라운지의 운영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실제로 이 업소는 전통적인 텐프로와 달리 여성 회원도 받고 비즈니스 네트워킹 이벤트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하이브리드 업소와 글로벌화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소들의 마케팅 전략도 더욱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SNS를 통한 은밀한 홍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 심지어 해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패키지 상품까지 등장했다.

일부 업소들은 아예 타깃을 바꿔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 전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통역 직원을 고용하고 해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글로벌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중국인 VIP 한 팀이 쓰는 돈이 한국 손님 열 팀보다 많을 때도 있거든요."

한 업소 관계자의 말처럼 해외 고객 유치는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언어 장벽 문화 차이 법적 리스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장

하이브리드 업소와 글로벌화

전통 텐프로에서 벤에나 캐주얼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

호빠: 010-9895-4366

미래 전망과 생존 전략

많은 전문가들은 향후 2~3년 내에 강남 텐프로 업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의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강남에만 크고 작은 유흥업소가 500개가 넘어요.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절반 이상이 과잉이죠. 결국 자본력과 경쟁력을 갖춘 곳만 살아남을 겁니다."

한 업계 컨설턴트의 분석이다. 그는 향후 대형 자본이 투입된 프랜차이즈 형태의 업소들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실제로 최근 일부 투자회사들이 유흥업소 인수합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강남 텐프로 절반이 망할 것"이라는 예측은 단순한 위기론이 아니다.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며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변화의 신호탄이다.

화려해 보이는 강남 밤거리의 네온사인 뒤에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숨어 있다. 매년 수백 개의 업소가 문을 열고 닫으며 수천 명의 종사자들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극소수만이 성공의 과실을 차지하고 대다수는 도태되거나 간신히 연명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구태의연한 접대 문화에서 벗어나 보다 건전하고 합법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선도적인 업소들은 이미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강남 유흥업계의 미래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며 서서히 몰락할 것인가 아니면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도약을 할 것인가. 그 답은 앞으로 2~3년 내에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강남 어딘가에서는 오래된 간판이 내려지고 새로운 간판이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간판 아래에서 오늘도 누군가는 꿈을 꾸고 누군가는 좌절하며 누군가는 다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강남 밤거리의 화려함과 그 이면의 치열함 그것이 오늘날 한국 유흥업계의 적나라한 자화상이다.

← 블로그 목록으로 문의하기
문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