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불과 3개월 전까지 지역 매출 1위를 자랑하던 K업소가 갑작스럽게 문을 닫았다. 개인적으로 더욱 충격이 컸던 이유는 이곳이 내가 이 업계에 들어올 때 롤모델로 삼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저 정도만 하자"라며 시작했는데 이제는 그 '저 정도'가 사라져버렸다.
황금기의 추억과 충격적 소식
역사 속으로 사라진 꿈의 현장
금요일 밤 10시 최고 피크 시간에도 불이 꺼진 간판을 보니 허무함이 밀려왔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예약이 밀려 손님을 돌려보내던 곳이었다. 입구에는 "내부 사정으로 잠시 휴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지만 업계 사람들은 안다. 이것이 영원한 작별 인사라는 것을.
최고급에서 시작된 전설
K업소는 2022년 가을에 오픈했다. 당시 5억 원이 넘는 인테리어 비용을 들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로 내부에 들어가보면 그 값어치를 했다. 이탈리아산 대리석 체코산 크리스털 샹들리에 각 룸마다 설치된 최신 음향 시스템. 모든 것이 최고급이었다.

오픈 첫날부터 대박이었다. 업계 유명 영업진들을 대거 스카우트했고 최고급 매니저들을 보유했다. 하루 매출이 1억을 넘는 날도 있었다고 한다. 주말에는 예약 없이는 자리를 구할 수 없었고 VIP룸은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했다.
나를 포함한 동종업계 사람들은 부러움 반 경계심 반으로 지켜봤다. 어떻게 저렇게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비결이 무엇일까? 벤치마킹하려고 손님인 척 방문한 적도 있다. 확실히 남달랐다. 서비스 시설 분위기 모든 면에서 한 수 위였다.
첫 번째 균열 지분 전쟁
동업자들의 운명적 갈등
경쟁 업소이기에 정확한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이 바닥에서 망하는 이유는 크게 몇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지분 경쟁이다. K업소도 이 문제로 무너졌을 가능성이 크다.
처음에는 5명이 동업으로 시작했다고 들었다. 각자 1억씩 투자해서 시작했는데 대박이 나자 문제가 생겼다. 누가 더 기여했는지 누가 더 일했는지를 따지기 시작했다. "내가 영업진을 데려왔잖아" "내가 매니저를 관리했잖아" "내가 VIP 손님을 유치했잖아".
잘 안 될 때는 똘똘 뭉치던 사람들이 잘 되니까 갈라섰다. 지분을 더 가져가려는 암투가 시작됐다. 회의 때마다 고성이 오갔고 급기야 물리적 충돌까지 있었다는 소문도 들렸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곧 망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퍼졌다.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것은 결국 이익 관계다. 친구로 시작했든 가족으로 시작했든 돈이 개입되는 순간 관계는 변질된다. K업소의 동업자들도 처음에는 "형님 아우" 하며 의기투합했지만 월 매출이 10억을 넘어가자 눈빛이 달라졌다.

한 달에 2억씩 순이익이 나는데 5명이 나눠 가지니 각자 4천만 원. 충분해 보이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왜 저 사람과 똑같이 나눠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특히 자신이 더 많이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불만이 커진다.
두 번째 원인 손님의 증발
K업소 몰락의 또 다른 원인은 손님 감소일 것이다. 아무리 시설이 좋고 서비스가 훌륭해도 손님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특히 고정비가 큰 대형 업소일수록 손님 감소는 치명적이다.
월 임대료만 3천만 원 직원 인건비 5천만 원 기타 운영비 2천만 원. 매달 1억 원이 고정적으로 나간다. 손님이 줄어 매출이 반토막 나면? 3개월이면 바닥이다. K업소가 정확히 이 수순을 밟은 것 같다.
왜 손님이 줄었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신선함의 상실'이다. 처음 1년은 새로운 곳이라는 프리미엄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식상해진다. 특히 이 업계 손님들은 새로운 자극을 원한다.
조각의 중요성과 실패
업소를 개장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조각'이다. 조각이란 영업진과 그들이 보유한 단골 손님을 의미한다. 좋은 조각을 확보하면 오픈 첫날부터 매출이 나온다. K업소도 초기에는 훌륭한 조각을 보유했다.
문제는 조각 관리 실패다. 영업진들에게 과도한 압박을 가하거나 약속한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이탈한다. 그들이 떠나면 단골 손님도 함께 떠난다. K업소에서도 핵심 영업진 3명이 동시에 이탈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떠난 이유는 명확했다. 지분 싸움에 지쳐 분위기가 엉망이 됐고 약속했던 인센티브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동업자들 간의 갈등이 직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누구 편이냐"를 묻는 유치한 줄 세우기까지 있었다니.

연쇄 이탈의 도미노
한 명이 떠나기 시작하면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특히 이 업계는 소문이 빠르다. "K업소 망할 것 같대" "월급도 제때 안 준대" "분위기 완전 개판이래". 이런 소문이 도기 시작하면 끝이다.
매니저들도 불안해한다. 일할 곳이 없어질까 봐 미리 다른 곳을 알아본다. 실력 있는 매니저부터 떠난다. 남은 것은 갈 곳이 없는 사람들뿐.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손님들이 실망하고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
거래처들도 등을 돌린다. 술 납품업체 안주 납품업체들이 외상을 끊는다. 현금 결제만 요구한다. 자금 압박이 심해진다. 직원 월급이 밀리기 시작한다. 이 시점에서 회생은 거의 불가능하다.
경쟁자의 복잡한 심경과 교훈
K업소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심경이 복잡했다. 경쟁자가 사라졌으니 사업적으로는 좋은 일이다. 실제로 K업소 단골 중 일부가 우리 가게로 옮겨왔다. 매출도 15% 정도 상승했다.
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같은 업계 사람으로서의 동질감이랄까. 그들도 나처럼 희망을 품고 시작했을 것이다. 열정을 쏟아부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남의 일 같지 않다.
K업소의 실패에서 배울 점이 많다. 첫째 동업의 위험성. 아무리 믿는 사람이라도 돈 앞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 둘째 과도한 투자의 위험. 화려함보다는 실속이 중요하다. 셋째 직원 관리의 중요성. 직원이 떠나면 사업도 끝이다.

생존자의 부담과 변화의 필요성
살아남은 자의 부담감이라는 것이 있다. 주변이 하나둘 무너지는데 나만 살아있다는 것. 이것이 실력인지 운인지 알 수 없다. 언제 내 차례가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
이 업계에 미래가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K업소처럼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면 3개월 만에 무너질 수 있다.
어떻게 변해야 할까? 정답은 없다. 각자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누군가는 고급화로 누군가는 대중화로 누군가는 틈새시장으로. 중요한 것은 시도하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나도 변화를 모색 중이다. 온라인 마케팅을 공부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 젊은 층의 니즈를 파악하려 노력한다.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담배 연기처럼 사라진 영광
글을 마무리하며 담배를 피운다.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다 흩어진다. K업소의 영광도 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덧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이 인생 아니던가.
망한 경쟁자를 조롱하고 싶지 않다. 그들도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단지 운이 없었거나 선택이 잘못됐거나 시기가 나빴을 뿐이다. 나라고 다를 것 없다. 언제든 저 자리에 설 수 있다.
K업소가 있던 자리를 지날 때마다 묘한 감정이 든다. 불 꺼진 간판 먼지 쌓인 유리문 떨어진 전단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곳은 불야성이었다. 웃음소리와 음악 소리가 새벽까지 이어졌다.
새로운 임차인을 구한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번엔 누가 들어올까? 또 다른 유흥업소? 아니면 전혀 다른 업종? 어쨌든 K업소의 시대는 끝났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
이 업계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며 수많은 흥망성쇠를 봤다. K업소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특별할 것도 놀랄 것도 없다. 하지만 왜 이렇게 씁쓸한 것일까.
아마도 나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일 것이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 아니 될 것이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끝을 맞느냐다. 부디 후회 없는 마지막이기를.
동료들과 경쟁자들 모두 건강하기를. 이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내기를.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 "그때 참 힘들었지"라며 웃을 수 있기를.
K업소여 안녕. 당신들의 도전과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비록 실패했지만 그 실패가 우리에게 교훈을 남겼다. 부디 다음 도전에서는 성공하기를.
담배가 다 탔다. 이제 일하러 가야겠다.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