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제목 보고 웃으신 분들 잠깐만요. 진짜 이거 제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농담 아니고 100% 실화예요. 지금도 생각하면 어이가 없으면서도 씁쓸한 그런 묘한 감정이 드는 사건이었죠.
단골손님 최 사장과의 첫 만남
2019년 가을이었나... 정확한 날짜는 기억 안 나는데 아무튼 쌀쌀한 바람이 불던 어느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저는 강남의 한 룸살롱에서 영업실장으로 일하고 있었죠. 그날도 여느 때처럼 손님들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처음 보는 40대 중반 남자분이 혼자 들어오셨어요.
평범했던 첫인상
"어서오세요~ 혼자 오셨어요?"
"네 혼자 왔어요. 조용한 방 있나요?"
첫인상은 그냥 평범한 중년 아저씨였습니다. 특별히 비싸 보이는 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초라해 보이지도 않고. 딱 중견기업 부장님 정도? 그런 느낌이었죠.
그 손님 나중에 알고 보니 최 사장이라고 부르게 된 그분은 정말 매너가 좋으셨어요. 매니저들한테 함부로 대하지도 않고 웨이터들한테도 늘 "수고해요~" 하면서 팁도 잘 주시고. 술도 적당히 드시고 노래도 잘 부르시고... 솔직히 영업하는 입장에서 이런 손님은 정말 환영이죠.
매주 찾아오는 VIP 손님이 되다
"실장님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다음 주에 또 올게요."
첫날 계산하실 때 카드를 주셨는데 그냥 평범한 신용카드처럼 생겼더라고요. 법인카드인지 개인카드인지 구분이 안 갔어요. 사실 영업하는 입장에서 손님 카드가 뭔지 일일이 확인하지도 않고요. 결제만 잘 되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최 사장님은 일주일에 3~4번씩 오시는 단골이 되셨습니다.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은 거의 고정이었고 가끔 토요일에도 오셨죠. 한 번 오시면 기본 3~4시간은 계시면서 300~500만 원씩 쓰고 가셨어요.
"최 사장님! 오늘도 오셨네요~"
"아이고 우리 실장님~ 오늘도 잘 부탁해요."
친해지니까 농담도 주고받고 때로는 인생 상담도 하고... 정말 형 동생처럼 지냈어요. 매니저들도 최 사장님 오시면 다들 좋아했고요. 진상 안 부리고 팁 잘 주고 분위기 좋게 만들어주니까.

불안한 신호들과 충격적인 고백
그런데 한 달쯤 지나니까 좀 이상한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뭔가 이상한 패턴들
첫째 항상 혼자 오신다는 거. 보통 이 정도 쓰시는 분들은 거래처 접대나 직원들이랑 같이 오는데 최 사장님은 늘 혼자였어요.
둘째 시간대가 애매했어요. 평일 오후 3시 4시 이런 시간에도 오셨거든요. 회사 대표라면 이 시간이 제일 바쁠 텐데...
셋째 카드 결제할 때 영수증을 꼼꼼히 챙기시는 거예요. "부가세 따로 나오죠?" 하면서 영수증 두 장 다 챙기시고.
그래도 뭐 이런 손님들 가끔 있으니까 크게 신경 안 썼죠. 돈만 잘 쓰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법인카드 사용 폭탄 고백
3개월쯤 지났을까요? 어느 날 최 사장님이 취하신 김에 갑자기 폭탄발언을 하시는 거예요.
"실장님 나 사실 말이야... 우리 회사 대표야. ㅋㅋㅋ"
"아 네? 아 그러시구나~ 사업 하시는구나 했어요."
"아니 진짜 대표라니까? 직원 50명 정도 되는 중소기업 운영해."
순간 '아 이 형 오늘 많이 취했구나' 싶었는데...
"그리고 이거... 법인카드야. ㅋㅋㅋㅋ"
에? 뭐라고요? 법인카드요?
제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나 봐요. 최 사장님이 빵 터지면서 웃으시더라고요.
"왜? 놀랐어? 괜찮아 괜찮아. 내가 대표인데 뭐 어때?"
아니 이게 무슨... 저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습니다.
"저... 사장님... 이거 법인카드로 이렇게 결제하셔도 되는 거예요? 회사에서 문제 안 되나요?"
"에이~ 걱정 마. 내가 회사 대표인데 누가 뭐라 그래? 내가 다 세운 회사야!"
그때 최 사장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해요. 완전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표정. 마치 '내 회사 내 돈인데 뭔 상관이야?'라는 표정이었죠.
그 뒤로도 최 사장님은 계속 오셨어요. 오히려 더 자주 더 많이 쓰시면서. 한 달에 5천만 원 넘게 쓰실 때도 있었죠.
저는 속으로 계속 불안했어요. '이거 진짜 괜찮은 건가? 나중에 문제 생기는 거 아닌가?'
가끔 넌지시 물어봤죠.
"사장님 요즘 매출이 좀 크신데... 회사에서 아무 말 없으세요?"
"아 뭐 경리가 가끔 물어보긴 하는데 접대비라고 하면 끝이야. ㅋㅋ"
접대비... 그래요 접대비. 근데 일주일에 3~4번씩 혼자 와서 접대비라니...

운명의 그날과 파국의 시작
5개월째 되던 어느 목요일이었어요. 최 사장님이 평소와 달리 굳은 표정으로 들어오셨어요.
"어? 사장님 오늘 표정이 안 좋으시네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실장님... 오늘 좀 많이 마셔야겠어."
그날따라 술을 엄청 드시더라고요. 평소엔 양주 한 병 정도 드시는데 그날은 두 병을 비우셨어요.
계산 시간이 되자 최 사장님이 주머니를 뒤적뒤적하시더니... 평소와 다른 카드를 꺼내시는 거예요. 개인 체크카드였어요.
"어? 사장님 오늘은 다른 카드 쓰시네요?"
최 사장님이 씁쓸하게 웃으시면서...
"응... 이제 그 카드 못 써."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요. 설마...
"무슨 일 있으셨어요?"
"내가 좀... 크게 당했어."
카드 정지와 2억 3천만원의 충격
그날 최 사장님이 들려준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회사 경리 직원이 5개월간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정리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대요. 유흥업소 결제가 너무 많고 금액도 비정상적으로 크고. 그래서 감사를 했더니...
"접대비라고 하기엔 혼자 간 게 대부분이고 시간도 업무시간이고... 결정적으로 접대 대상이 불분명하더라고."
회사 이사회가 열렸고 최 사장님은 횡령 혐의로 대표직에서 해임됐다고 합니다.
"총 2억 3천만 원... 5개월 동안 여기서 쓴 돈이야."
2억 3천... 저도 놀랐어요. 그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요. 일주일에 천만 원씩 쓰셨으니...
"소송까지 가면 감옥 갈 수도 있대. 그래서 일단 합의하기로 했어. 퇴직금이랑 주식 다 포기하고..."
최 사장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복잡한 감정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그러게 왜 법인카드로...'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좋은 손님이셨는데... 하는 안타까움도 들고.
"사장님 처음부터 개인 돈으로 오시지 그러셨어요..."
"그러게... 처음엔 한두 번만 하려고 했는데 자꾸 오게 되더라고. 스트레스받으면 여기 와서 풀고... 어느새 중독된 거지."
법인카드 중독. 이런 것도 있구나 싶었어요.
최 사장님은 그 뒤로 딱 한 번 더 오셨어요. 한 달 뒤였나? 정말 초라한 모습으로 오셔서 맥주 몇 병만 드시고 가셨죠.
"실장님 그동안 고마웠어요. 이제 못 올 것 같아."
"사장님... 힘내세요."
"새 직장 구해야 하는데... 50살에 횡령으로 짤린 사람을 누가 써주겠어?"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그 뒤로 최 사장님 소식은 못 들었습니다.

법인카드 유혹에 빠진 사람들
사실 최 사장님 같은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요. 제가 이 일 하면서 본 것만 해도 수십 건은 됩니다.
처음엔 정말 접대 목적으로 옵니다. 거래처 사장이랑 같이 와서 계약 성사시키고 직원들 사기 진작시키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혼자 오기 시작해요.
"오늘은 거래처 사장이 못 온대."
"직원들이 다 바쁘네."
핑계는 다양하죠. 그러다가 아예 대놓고 혼자 와서 놉니다. 회사 돈으로.
왜 그럴까요? 제 생각엔 '내 회사'라는 착각 때문인 것 같아요. 특히 창업자나 대표이사들이 그래요. 회사를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회사 돈도 자기 돈이라고 착각하는 거죠.
다양한 몰락 사례들
최 사장님 말고도 기억나는 사례들이 많아요.
사례 1: IT 스타트업 대표
30대 초반의 젊은 대표였어요. 투자금 10억 받은 스타트업 운영하는데 법인카드로 매일같이 와서 놀았죠. 나중에 투자사 감사 받다가 걸려서... 투자금 회수당하고 회사는 폐업했다고 들었어요.
사례 2: 제조업 전무
아버지가 회장 본인이 전무인 2세 경영인이었는데요. 법인카드로 1년간 10억 넘게 쓰다가 아버지한테 걸렸대요. 경영권 박탈당하고 월급쟁이 이사로 강등됐다더군요.
사례 3: 병원 원장
개인병원 원장님이었는데 병원 법인카드로 유흥비를 처리했어요. 나중에 국세청 세무조사 받다가 들통났죠. 가산세만 수천만 원 물었다고...
사례 4: 협회 사무총장
모 협회 사무총장이었는데 협회 법인카드로 2년간 룸살롱을 다녔어요. 회원들한테 고발당해서 횡령으로 구속까지 됐죠.
왜 법인카드를 쓰게 되는가
여러 손님들과 대화해보니 법인카드를 쓰는 이유가 몇 가지 있더라고요.
첫째 돈이 없어서. 개인 돈으로는 감당이 안 되니까 회사 돈을 쓰는 거죠.
둘째 합리화. "어차피 내 회사인데" "나중에 갚으면 되지" 이런 식으로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셋째 세금 문제. 법인카드로 쓰면 비용 처리가 되니까 세금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나중에 다 걸리지만...
넷째 아내 몰래. 개인카드 쓰면 아내한테 들키니까 법인카드를 쓴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솔직히 영업하는 입장에서는 딜레마예요.
한편으로는 '이거 법인카드 같은데... 괜찮나?'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뭔 상관이야. 결제만 되면 되지' 하는 마음도 들고.
거절하자니 매출이 아깝고 받자니 나중에 문제 될까 봐 불안하고.
실제로 한 번은 너무 불안해서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어요.
"사장님 이거 회사에서 괜찮으세요?"
그랬더니 오히려 화를 내시더라고요.
"아니 내 카드 내가 쓰는데 왜 참견이야?"
그 뒤로는 묻지 않기로 했죠.
제가 본 모든 사례의 결말은 비극이었어요.
어떤 분은 전 재산 날리고 이혼당했고 어떤 분은 구속됐고 어떤 분은 XX까지...
처음엔 소액으로 시작해요. "이번 한 번만" 하면서. 그런데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열 번 되고... 나중엔 감당 안 되는 금액까지 가는 거죠.
회사 돈은 XX 같아요. 한 번 맛보면 끊기 힘들죠. 내 돈 아니니까 아깝지도 않고 쓰는 것도 쉽고.

교훈과 경고의 메시지
이 일을 겪고 나서 저도 많은 생각을 했어요.
영업이 중요하긴 하지만 손님이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보고도 모른 척하는 게 맞나?
지금은 법인카드 같다 싶으면 조심스럽게 확인해요.
"혹시 이거 회사 경비 처리 되는 건가요? 영수증 필요하신가요?"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티가 나요. 진짜 정당한 접대비면 당당하게 "네 필요해요"라고 하는데 아닌 경우는 "아니에요 그냥 주세요" 하거든요.
그리고 너무 자주 오시는 분들한테는 은근히 자제를 권하기도 해요.
"사장님 요즘 너무 자주 오시는 거 아니에요? 건강도 생각하셔야죠."
물론 매출은 줄어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게 맞다고 생각해요. 손님이 망하면 결국 우리도 손님을 잃는 거니까요.
최 사장님 사건 이후로 저는 이런 생각을 해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남의 돈으로 노는 건 언젠가 대가를 치른다.
회사 법인카드로 룸살롱 다니시는 분들 정말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 순간은 달콤할지 몰라도 대가는 정말 혹독합니다.
당신의 경력 가정 인생 전체를 날릴 수 있어요.
그리고 정당한 접대라면 당당하게 부정한 사용이라면 하지 마세요.
나중에 후회해도 늦습니다. 최 사장님처럼요.
참고로 최 사장님 근황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작년에 우연히 소식을 들었는데 치킨집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50살에 새출발... 쉽지 않겠죠.
가끔 그분 생각이 나요. 그때 제가 좀 더 강하게 말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들고.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다만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회사 법인카드는 회사 일에만 쓰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