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사장님이 편의점 알바 구인광고 보는 이유
돈의 무게를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

강남 룸살롱 사장실의 밤

새벽 3시의 발견

2018년 늦가을 강남의 한 룸살롱 사무실. 새벽 3시가 넘어가는 시간인데도 사장실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최 사장이 노트북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뜻밖에도 '알바X' 사이트가 떠 있었다.

'GS25 야간 알바 급구 - 시급 11,030원'

'쿠팡 물류센터 상하차 - 일당 15만원'

'건설 현장 잡부 모집 - 일당 13만원'

하룻밤 매출이 수천만 원을 오가는 룸살롱 사장이 왜 최저시급 알바 광고를 보고 있을까? 당시 웨이터 6개월 차였던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강남 룸살롱 사장실에서 알바 구인광고를 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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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룸살롱 사장실에서 알바 구인광고를 보는 순간 - 하룻밤 수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장이 왜 시급 만원의 알바를 보고 있을까

첫 번째 질문 그리고 침묵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며칠 후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장님 그때 왜 알바 사이트 보고 계셨어요?"

최 사장은 특유의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직 넌 몰라. 나중에 알게 될 거야."

그리고는 자리를 떴다. 마치 아직 젖비린내 나는 신입에게 설명하기엔 너무 깊은 이야기라는 듯이.

그때는 그저 사장님의 별난 취미려니 했다. 어쩌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는 것일 수도 아니면 단순한 시간 때우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돈의 무게를 잊어버린 사람들

1년 후의 술자리 진실

시간이 흘러 나도 어느덧 경력 1년 차가 되었다. 웨이터장 보조를 맡게 되면서 사장님과 가까워질 기회가 생겼다.

어느 날 거래처 미팅 후 둘이 남게 되었다. 양주가 두어 잔 돌자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나는 다시 한번 그 질문을 꺼냈다.

"사장님 정말 궁금한데요. 왜 편의점 알바 같은 거 보시는 거예요?"

최 사장은 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말했다.

"돈 벌기 쉬우니까."

순간 나는 귀를 의심했다. 편의점 알바가 돈 벌기 쉽다고? 시급 만 원 남짓한 일이?

내 표정을 본 최 사장이 덧붙였다.

"아니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돈 벌기 쉽다는 걸 깨닫기 위해서야."

그날 최 사장이 들려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돈의 무게를 잊어버린 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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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무게를 잊어버린 밤의 세계 - 하룻밤 천만원이 오가는 유흥업계에서 현실감각을 잃어가는 사람들

"이 바닥에서 10년 넘게 일하다 보니까 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 하룻밤에 천만 원이 왔다 갔다 하니까. 100만 원쯤은 푼돈처럼 느껴지고 10만 원은 그냥 종이조각 같아."

실제로 그랬다. 나 역시 일반 회사 다닐 때와 비교하면 돈 씀씀이가 헤퍼졌다. 5만 원짜리 점심을 먹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았고 택시비 3만 원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말이야 편의점 알바 시급을 보면 정신이 번쩍 들어. 한 시간 일해서 만 원. 하루 8시간 일해서 8만 원. 한 달 내내 일해도 200만 원이 안 돼."

최 사장은 계속했다.

"우리가 하룻밤에 쓰는 양주값이 그 사람들 한 달 월급이야. 이게 정상인가?"

밤의 세계가 주는 착각

유흥업계의 돈은 확실히 다르다. 일반 직장인이 한 달 벌 돈을 하루에 버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웨이터도 팁 잘 받으면 월 500만 원 마담은 1000만 원도 가능하다. 매니저들 중에는 월 3000만 원 버는 이들도 있다.

이런 환경에 오래 있다 보면 현실 감각을 잃기 쉽다.

"처음엔 다들 겸손해. '이 돈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거든. 그런데 1년 2년 지나면서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해. 그러다가 망해."

최 사장의 경험담이다.

"내 선배 중에 강남에서 제일 잘나가던 사장이 있었어. 월 매출 20억. 그런데 돈을 물처럼 쓰더라. 슈퍼카 10대 강남 빌딩 명품은 기본. 결국 3년 만에 파산했어."

직접 체험한 현실

사장님의 일용직 체험

더 놀라운 건 다음 이야기였다.

"사실 나 가끔 직접 해봐. 일용직."

"네? 진짜로요?"

"응. 신분 숨기고 건설 현장 가서 하루 일하고 물류센터 가서 상하차도 해보고. 새벽에 편의점 가서 물건 정리도 해봤어."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최 사장의 표정은 진지했다.

"첫날은 죽는 줄 알았어. 시멘트 포대 나르는데 허리가 끊어질 것 같더라. 여름에 땡볕 아래서 8시간 일하는데 정말 지옥이 따로 없어."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봤다.

"그날 받은 일당이 12만 원. 우리 가게에서 손님 한 명이 양주 한 병 시키면 나오는 마진이랑 비슷해."

건설현장에서 땀 흘리며 번 12만원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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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에서 땀 흘리며 번 12만원의 가치 - 시멘트 포대를 나르고 땡볕 아래 8시간 일한 대가

가치의 재발견

최 사장의 '알바 체험'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선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일하고 나면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알게 돼. 에어컨 빵빵한 사무실에 앉아서 전화 몇 통 하고 손님 몇 명 만나는 것으로 그들의 몇 달 치 월급을 버니까."

하지만 동시에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우리 가게 직원이 50명이야. 그 사람들 가족까지 하면 200명은 될 거야. 내가 제대로 운영 못 하면 그 사람들이 다시 일용직 시장으로 나가야 해."

현실 감각을 유지하는 법

최 사장의 5가지 원칙

최 사장은 자신만의 원칙을 만들었다.

매달 한 번 알바 사이트 체크: 현재 최저시급과 일반 근로자의 급여 수준 확인

분기별 한 번 일용직 체험: 실제로 하루 정도 육체노동 경험

직원들과 대화: 웨이터 청소 직원 등 말단 직원들의 고충 직접 청취

가계부 작성: 개인 지출 내역 상세 기록

기부: 매달 수익의 10% 기부 (돈의 사회적 가치 인식)

"특히 새벽에 편의점 가서 도시락 사 먹을 때 카운터에서 일하는 알바생 보면 정신이 들어. 내가 지금 쓰는 택시비가 저 친구 3시간 일한 돈이구나."

시간이 지나 나도 영업실장이 되었다. 월급도 늘고 인센티브도 받고 나름 여유로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도 모르게 알바몬 사이트를 들어가고 있었다.

'맥도날드 크루 모집 - 시급 10,500원'

'택배 상하차 - 야간 시급 15,000원'

순간 최 사장의 말이 떠올랐다.

정말 그랬다. 내가 어젯밤 술값으로 쓴 30만 원이 누군가의 일주일 치 급여였다. 내가 충동적으로 산 20만 원짜리 신발이 누군가의 3일 치 일당이었다.

일의 가치 돈의 무게

이 업계에서 일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도 돈이 적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라는 것.

중요한 건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아는 것 그리고 받는 돈의 무게를 아는 것이다.

편의점 알바생이 새벽 내내 서서 물건을 정리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건설 노동자가 땡볕에서 시멘트를 나르는 것도 고귀한 노동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새벽까지 손님을 접대하고 비즈니스를 연결하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것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다만 그 대가의 차이가 클 뿐이다.

나의 일용직 체험

작년 여름 나는 실제로 일용직을 체험해봤다.

새벽 5시 인력시장에 나갔다. 가명을 대고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그날 배정받은 건 아파트 건설 현장 자재 운반.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중간에 점심시간 1시간.

벽돌을 나르고 시멘트 포대를 옮기고 철근을 운반했다.

점심은 현장 구내식당에서. 김치찌개와 공기밥. 그래도 맛있었다. 아니 너무 배가 고파서 뭘 먹어도 맛있었을 것이다.

오후 5시 일을 마치고 받은 일당 13만 원.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계속 그 돈을 만지작거렸다.

13만 원.

우리 가게에서는 웰컴 드링크 한 잔 값이다. 하지만 그날의 13만 원은 달랐다. 무거웠다.

손에 굳은살이 박이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온몸이 먼지투성이가 되어 번 13만 원.

현실감각을 되찾게 해주는 알바 구인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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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감각을 되찾게 해주는 알바 구인광고 - 시급 만원이 누군가의 한시간 삶임을 깨닫게 하는 순간

변화의 시작

그 경험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특히 청소 아주머니 주방 직원들에게 더 신경 쓰게 되었다.

돈 쓰는 습관도 바뀌었다. 충동구매가 줄었고 가격표를 다시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일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더 열심히 더 성실하게. 내가 받는 돈이 결코 쉬운 돈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에.

지금도 나는 한 달에 한 번은 꼭 알바 사이트를 본다.

최저시급이 얼마인지 일용직 일당이 얼마인지 일반 회사원 초봉이 얼마인지.

그리고 가끔 정말 가끔은 다시 현장에 나간다.

물론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다. 그 이상은 내 몸이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그 하루 이틀이 나를 다시 땅으로 끌어내린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나처럼 '밤의 세계'에서 일한다면 또는 어떤 이유로든 일반적이지 않은 높은 수입을 얻고 있다면 한 번쯤 해보길 권한다.

알바몬을 열어보라. 사람인을 들어가 보라.

그리고 가능하다면 하루만이라도 그들의 삶을 경험해보라.

당신이 얼마나 특별한 위치에 있는지 당신이 받는 돈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 순간 당신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교만하지 않되 비굴하지 않은 자신의 가치를 알되 타인의 가치도 인정하는 그런 사람.

어제도 최 사장은 사무실에서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여전히 알바 구인 광고가 떠 있었다.

'CU 편의점 야간 알바 급구 - 시급 11,030원'

그를 보며 나도 스마트폰을 꺼냈다.

알바X 앱을 열었다.

그리고 조용히 읽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생계가 걸린 그 숫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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